인공지능 세상서 키우는 거북이…전시장 관람객에게 배우고 진화

입력 2024-02-28 18:41   수정 2024-02-29 00:56

‘상태: 지루함, 현재 목표: 장난감 공을 찾는다.’

거북이 한 마리가 아파트 내부를 떠돌고 있다. 게임 속 세계 같은 이곳은 거북이 사우전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이다. 사우전드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진화한다. 따분한 기색이 가셨는지 이내 새로운 타깃을 찾아 나선다. ‘상태: 목마름, 현재 목표: 맑은 물.’

AI를 활용한 작업으로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미국 작가 이안 쳉(40)이 신작 ‘사우전드 라이브즈’(2023~2024·사진)를 들고 돌아왔다. 2022년 리움미술관 개인전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 챌리스의 이야기를 선보인 지 2년 만의 한국 전시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작에서 조연처럼 짧게 등장한 챌리스의 애완 거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우전드는 작가가 개발한 ‘뉴로-심볼릭’ AI 모델에 의해 구동된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 홀로 서면 영상은 외부 관찰자의 존재를 인식해 시시각각 변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관객에게 챌리스의 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우전드 라이브즈’는 결말이 없다. 거북이는 무한히 죽고 다시 살아난다. 생존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사망하면 이전 생애의 20% 기억을 안고 다시 태어난다.

“저녁마다 어린 딸한테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매번 비슷한 플롯이 지루하다고 하더라고요.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주변 사물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를 끊임없이 캐물었죠. ‘AI 가상세계’란 아이디어를 얻은 건 딸아이의 투정 덕분입니다. 하하.”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작가는 UC버클리에서 인지과학과 미술을 전공했다. 하루에 영화 5~6편을 몰아볼 정도로 영화광이던 그는 특수효과 전문기업 인더스트리얼라이트&매직에 들어갔다.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등의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한 회사다. 그는 학교로 돌아가 비주얼아트 석사 과정을 마치고 게임적 요소를 결합한 영상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BOB 이후의 삶: 챌리스 연구 경험’(2021~2022)이 상영된다. 인공지능 ‘BOB’이 10년간 챌리스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챌리스가 자기 존재에 대한 의구심에 휩싸이는 줄거리다. 의자가 좀 부족해서 방대한 가상현실을 돌아보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전시는 4월 13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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